14. 먹의 암(庵), 1998 / 정우성
© OSAMU MURAI
낡은 3층짜리 건물을 다 뜯어내고 개축하려던 것을,
건물 바깥에 서있는 벚나무 두 그루를 위한 건축으로 수정한 프로젝트입니다.
벚나무를 주인공으로, 그 뒤에 대나무 발과 쇠 파이프에 둘러싸인 외벽은
마치 비 내리는 밤 환하게 불을 밝힌 무대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건물 내부는 벽을 세우는 대신 바퀴 달린 낮은 가구로 공간을 분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공장에서 막 나온 쇠붙이의 파르스름한 검정색은 먹의 색과 비슷하고,
화지의 어릿어릿한 하얀색이 어우러진 공간은
유동룡이 추구했던 ‘먹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