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이타미 준 소개 / 정우성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을 소개합니다


유동룡은 스스로를 “세상에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 건축가”라고 했습니다. 
자연과 풍토, 사람과 역사를 자신의 내면에 품고, 
손의 감각으로 건축을 풀어내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1937년 도쿄에서 재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일본식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이타미 준이라는 예명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을 때 이용한 오사카 이타미 국제공항과 
친구인 작곡가 길옥윤의 예명 ‘쥰’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유동룡의 부모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너의 정신적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틈이 날 때마다 한국을 여행했고, 한국의 전통 예술을 공부하며 수집하기도 했습니다. 
무사시 공업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유동룡은 많은 예술가, 건축가 친구들과 교류하며 건축 일을 시작했습니다. 
감성을 단련하기 위해 서예, 회화, 조각 같은 예술 활동도 꾸준히 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 무대에서 먼저 이타미 준을 알아봤습니다. 
2003년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의 초청작가로 개인전을 열었고, 
2005년에는 프랑스 슈발리에 예술 문화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 유동룡은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랜 세월 이방인 건축가를 외면해온 일본 건축계가 드디어 그를 주목한 것입니다. 
유동룡은 더이상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있는 건축가가 아닌 한국인 건축가, 
또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